詩가 있는 풍경

담임이 보내는 편지

미스터 규니샘 2011. 2. 9. 20:26

담임이 보내는 편지

 

오랫동안 마녀의 마술에 걸려 잠자던 왕자를 드디어 깨어나게 하였구나.

아리따운 물의 요정 운디네처럼, 어떨 땐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순결하고도 아득한 한 떨기 꽃잎 같은 첫 키스의 힘으로...오랜 잠에서 깨어 왕자는 숲을 지나고 늪을 뛰어 넘어, 머리가 다섯 개나 달린 괴물을 물리치고 마녀가 지배하던 환상의 나라를 구해냈구나.

아아 사랑! 변함없는 너희들의 애정이 왕자의 영혼을 깨워 놓았구나. 영혼과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찌 환상의 나라로 돌아가리.

 

너희들과 나는 결코 스승과 제자라는 동시대의 삶을 사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이 광막한 시간의 무한대에서 너희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 인연을 어찌 운명이나 신의 섭리로만 돌릴 수 있으랴. 아아! 끝까지 머물 수 있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어. 다만 선생님이 먼저 왔고, 너희들이 조금 뒤에 쳐져서 왔을 뿐. 무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인간의 삶은, 여름 한 철 일주일의 삶을 사는 매미의 삶과 무엇이 다르랴!

 

선생님은 너희들의 가슴에 들어가 너희들의 기쁨이 되고 너희들의 슬픔, 너희들의 아픔이, 너희들의 한숨이 되고 싶구나. 그리하여 신일이로부터 미란이 까지 ...길이 너희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좀 더 이해 할 수 있다면 선생님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보람을 더욱 찾을 수 있을게다.

간혹 너희들은 선생님의 무심함에, 칼날 같은 단호함에, 몰이해함에 무척이나 속상해 하면서 괴로워함을 난들 왜 모르리. 그러나 그건 모두 너희들의 죄가 아니라 나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라 항상 스스로를 탓하는 심정으로 산단다.

 

아이들아! 이 세상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주어진 삶의 테두리 속에서 자신의 일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여러분들도 제 각각 주어진 삶 속에서 여성으로서, 혹은 남성으로서 자기 몫을 다할 때 정말 그 인생은 값진 것이다.

선생님이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모름지기 책을 통해서 지식을 배우고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여 그것으로서 세계를 직관할 수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그 세계에 접하는 모든 범주의 타인들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면, 그리하여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운다면 이 사회는 더욱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아. 그래 삶은 보기에 따라 즐거울 수도, 혹은 괴로울 수도 있다. 그 극단의 - 삶의 바라보기-에서 진정으로 가져야 할 너희들의 삶의 자세는 무엇이겠느냐.

너희들과 선생님이 자리한 이 좁은 둥지 속에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기 까지는 도요새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야 하지 않겠느냐.

 

별은 떠서 지고 달빛은 어둠을 삭이는데, 먼 시대에 살아 나와 너희들....아니 우리들의 이름이 영원한 가치를 얻게 된다면...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아.

저기 저 뒤 게시판 위를 보아라. 무엇이 있느냐.

“앎에 대한 뜨거운 정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앎이라는 것은 지식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 배움을 통하여 나 자신의 참모습을 알고 그로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너희들은 살아 있어야 한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공기를 마시고 물과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깨우치며 산다는 것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선생님은 너희들과 사랑을,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너희들이 쓴 편지를 통해서 좀 더 너희들 곁으로 다가 서는 것 같구나. 아무튼 말없이 따라주는 너희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자 좀 더 힘을 내자.

 

일천구백구십칠년 오월 열 다샛날 지족에서 너희들의 담임 명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