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에게
그대가 누구인지를 나는 몰라,
다만 이렇게 시리도록 밝은 가을 달빛 아래
애처로운 한 마리 새가
가벼이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살며시 기대어 앉는 걸
그대가 누구이든, 어떤 이름을 가졌던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있음으로 해서 행복해질 수 있고
그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족해
그게 인연으로 맺어져 이 크나 큰,
우주의 질서 가운데서
너와 내가 하나 됨이며,
우리가 되고
한
시대를 살아감이라.
내가 앞서서 등불 비추면
그댄 조심조심 내 그림자 따라오고
그대 또한 뒷사람을 위해 자신만의 등불 비추게
그것만이 그대와 내가 짊어진 운명이며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이 준 운명이라.
노래하리라.
애처로이 내 어깨 위에 기대어 서서
뒤쳐져 올 사람 위해 등불 준비하는 한 마리 새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에도
안개가 진실을 가릴 지라도
흔들림 없이, 흔들림 없이
바위같이, 바위같이
뚜벅 뚜벅 나아갈 것을
나아갈 것을..
2000년 욕지에서 이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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