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팝콘에게

미스터 규니샘 2011. 2. 9. 20:16

팝콘에게

 

그대가 누구인지를 나는 몰라,

다만 이렇게 시리도록 밝은 가을 달빛 아래

애처로운 한 마리 새가

가벼이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살며시 기대어 앉는 걸

 

그대가 누구이든, 어떤 이름을 가졌던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있음으로 해서 행복해질 수 있고

그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족해

 

그게 인연으로 맺어져 이 크나 큰,

우주의 질서 가운데서

너와 내가 하나 됨이며,

우리가 되고

시대를 살아감이라.

 

내가 앞서서 등불 비추면

그댄 조심조심 내 그림자 따라오고

그대 또한 뒷사람을 위해 자신만의 등불 비추게

 

그것만이 그대와 내가 짊어진 운명이며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이 준 운명이라.

 

노래하리라.

애처로이 내 어깨 위에 기대어 서서

뒤쳐져 올 사람 위해 등불 준비하는 한 마리 새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에도

안개가 진실을 가릴 지라도

흔들림 없이, 흔들림 없이

바위같이, 바위같이

뚜벅 뚜벅 나아갈 것을

나아갈 것을..

 

2000년 욕지에서   이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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