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혼곡리의 옛 전설

미스터 규니샘 2016. 7. 25. 22:25

바람결 같이 낯선 섬에서 흰 파도와 갈매기 울음 속에

묻힌 혼곡리의 옛 전설을 엿듣는다.

살며시 실루엣처럼 다가와 기억의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너와 나의 꿈들을 건져 올리면

아름다운 인어 아가씨가 지느러미를 예쁘게 움직이며 수면 속에 숨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선생님은 욕지를 떠나려 한다. 벌써 오월

한 해가 가면 선생님 역시 낯선 이름이 되고자 한다.

너희들의 가슴과 가슴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존재할 선생님의

이름 석 자가 언제까지 기억될 것인가.

영원히 존재할 그 무엇도 없이

서러워할 그 무엇도 없이

너희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소년소녀들이 나무그늘 밑에서

속삭이며 맹세했던 그 붉디붉은 약속의 흔적을 영원히 믿는다.

그러나

세월이 유수히 지난 후

나무에 새겨진 하트 모양의 흩어진 글자를

암호처럼

해독하기엔 너무나 먼 기억들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

이제는 늙고 굽은 등으로 인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그 나무 등걸에 새겨진 그 짤막한 문장의 덧없음.

영원한 사랑, 그것에 대한 우리 인생의 덧없음을

알지 못한다. 그 때, 그 시절엔

오로지 세상은 장미 빛,

悅樂으로 들떠 있을 때,

우리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眞實처럼 받아들여진다.

진실은 양파처럼 껍질을 벗길 때마다 다른 모습들을

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