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통영 서호시장에 가면

미스터 규니샘 2016. 7. 25. 20:26

통영 서호시장에 가면

 

아침 뱃고동소리 서늘하게 내 가슴에 내려 앉아

흰 갈매기 푸른 파도의 넋들을 쪼아 올리고

선창가 주막 아낙네의 아침 해장술 부르는 소리 애잔한데

난 욕지도행 아침 6시 여객선을 기다린다

 

하늘은 멀리서 어둑어둑

먹장구름 비바람을 몰고 오고

배는 뜨지 않는다.

 

해경 순찰선 탐조등을 피해

사선(私船)을 타고 저 거센 파도 속의 항해,
너울과 너울 속에 배는 허우적거리며

뱃전으로 하얀 파도의 포말이 사정없이
우리들의 거룩한 죽음을 희롱하매

통영 서호시장에서

마지막 음식이 될지도 모를

시락국밥에 숟가락을 담근다

 

시락국밥집 할매 왈

이리 파도가 심한데 욕지에 들어갈라고 하는교...

우린 서로 얼굴 마주보며 속으로 (할매요 우리도 배타기 싫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아이 들이 기다리는데)

 

통영에 가면 서호시장 시락국밥을 먹을 일이다.

시락국밥엔 가난한 뱃사람의 애환이

섬사람의 지난한 삶이 녹아 있나니

통영에 가면 띠포리의 이 바다처럼 살아 있는

서호시장 시락국밥을 먹을 일이다.

 

2016.6.21. 백결선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