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규니샘
2007. 5. 25. 16:45
몸살편지 |
이원규 | 1368 |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은 온통 핏빛 노을입니다 채탄연근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남몰래 코피를 쏟고 돌아누운 밤엔 아무래도 잠이 오질 않더니 벼랑 아래 추락하듯 아득한 잠에 빠졌었나 봅니다 노을을 배경으로 문득 수척한 당신의 옆얼굴이 보이고 당신 흰 이빨 같은 갈꽃들이 마구 쏠리는 현기증으로 몇 번을 까무라쳤는지 모릅니다 밤새 삭신 쑤시는 그리움은 신열 앓아도 추워 솜이불을 두 개씩이나 덮어쓰고 엎드려 우울한 몸살편지를 씁니다 마침내 당신하늘에 당도할 내 편지로 온 하늘이 핏빛 노을일 때, 당신은 핏발 선 나의 눈빛인 줄 아시겠습니까 그때쯤이면 몸살도 조금은 나아 흰죽이라도 먹을 수 있을 테고 두터운 솜이불을 빠져나와 풀밭에 가 누울 수도 있을 겝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압니다 마침내 쑤시는 뼈 마디마다 봄물이 오르면 나는 다시 막장으로 돌아가 십이톤의 탄을 삽질할 수 있을 테고 남몰래 코피 닦은 헝겊엔 눈물겹게도 풀꽃이 피고 고단한 내 잠은 당신 젖가슴에 가닿아 닻을 내릴 수도 있을 겝니다 그러나 아직은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몸살바람, 옆구리며 허리를 마구 찌르며 들까불고 있지만 지금 유다락 창 밖의 듬산은 비 온 뒤 산뜻한 신록으로 내 몸살도 조금은 나은 듯 눈이 맑아진 것도 같습니다 |